펜 가는 대로

디스토피아

이성재 2015. 9. 1. 14:18

디스토피아

 

                                                                

지난 번 글에서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제시한 이상향 유토피아(Utopia)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이상향을 샹그릴라 (Shangri-La)라고도 한다.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James Hilton) 1933년에 발간된 그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지어낸 말이다. 제임스 힐튼은 1934년에 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된 소설 ‘Goodbye, Mr. Chips’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영국 작가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대서양에 있는 가상의 섬인데 제임스 힐튼의 샹그릴라는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가상의 지상낙원이다. 샹그릴라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토마스 모어는 그의 책에서 유토피아를 상세히 묘사했는데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의 샹그릴라 묘사는 매우 간략하다. 샹그릴라에 사는 사람들은 늙지 않고 몇백년의 장수를 누리며, 평온한 마음으로, 뚜렷한 인생의 목적 의식을 갖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전부이다.

 

인간이 동경하는 이상향을 샹그릴라 또는 유토피아라고 부르듯이 그 반대의 사회, 즉 반이상향(anti-utopia)은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부른다. 디스토피아를 가장 잘 묘사한 책으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가 있다. ‘1984’에 묘사되어 있는 디스토피아는 어떤 곳인가?

                                                                                             

그곳은 일당독재의 전체주의 국가이다. 당의 유일한 목표가 영구 집권이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와 끊임없이 전쟁을 하여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증오심을 부추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없다. 정부가 시민들의 모든 사회 활동을 통제한다. 자유기업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 시민들은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모든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가 시민들에게 식품과 의류를 배급한다. 생필품은 늘 부족하다.  

 

당의 대표가 Big Brother인데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쓴 커다란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시민에게 프라이버시(privacy)가 전혀 없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내에는 양방향 텔레스크린(telescreen)이 설치되어 있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과 그들이 하는 말이 전부 당에 노출된다. 당이 용납하지 않는 언행은 곧장 지적되고 시정을 요구 받는다. 이런 텔레스크린이 시민들의 일터와 공공장소에도 설치되어 있다. 또 엿듣기 위한 마이크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아이들은 수상한 사람들을 정부에 신고하도록 훈련되어 있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신고하기도 한다.

 

시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경찰은 비밀 요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보통 사람처럼 행세하며 반사회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고발한다. 시민들의 편지는 수신자에게 배달되기 전에 정부 요원이 개봉하여 검열한다. 사소한 배반 행위라도 발각되면 당사자는 즉시 체포되어 구금되고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당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오류가 노정된 과거의 기록을 수시로 수정한다. 국가가 제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생존했던 기록 자체를 폐기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1949년에 발간되었다. 오웰은 그로부터 35년후, 1984년이 되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디스토피아의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다행히도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1984년이 도래했을 때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은 자유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었다. 공산권 국가들만이 예외였지만 1990년대초에 소련과 동유럽의 국가들도 전체주의를 폐기하고 민주화되었다.

 

그러나 디스토피아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이 그런 사회이다. 북한 정부가 시민을 ‘1984’에 묘사된 것처럼 철두철미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북한 동포의 삶은 정부에 의해서 철저하게 통제되고 개인의 자유는 과도하게 제한 받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디스토피아의 환경에서 고통을 겪으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도와 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국일보 (토론토)

2015년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