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브론티 - 제인 에어
제인 에어
이현수
1847년에 발간된 샬럿 브론티(Charlotte Bronte)의 ‘제인 에어(Jane Eyre)’는 불우한 처지에서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해 가며 사랑을 성취하는 감동적인 로맨스 소설로 영문학의 고전이다.
소설의 주인공 제인 에어는 갓난 아이 때 부모가 사망하여 고아가 된다. 외삼촌이 제인을 데려 다 키웠는데 그마저 세상을 떠나자 비정한 외숙모는 제인을 냉대한다. 외숙모는 열살이 된 제인을 고아 기숙학교로 보내고 다시는 찾지 않는다.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의 열악한 환경에서 제인은 6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선생으로 2년간 근무한다.
학생 시절부터 존경하던 교장 템플양이 결혼하여 학교를 떠나자 열여덟 살의 제인은 학교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벗어 나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신문에 구직 광고를 내어 가정 교사(governess)로 채용된 제인은 대지주 에드워드 로체스터(Edward Rochester)의 저택 손필드홀(Thornfield Hall)에 입주하여 어린 여자 아이를 가르친다. 장기간 출타했다가 집에 돌아 온 로체스터는 제인을 좋은 대화 상대로 여기고 그녀와 진지한 대화를 한다. 로체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인은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로체스터는 자기의 신념을 당당하게 토로하는 제인에게 끌린다.
제인은 나이가 스무살이나 더 많고 미남도 아니지만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로체스터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신분이 비천하고 무일푼이며 평범한 용모의 자기를 로체스터는 안중에 두지도 않을 것이며 결국 신분에 걸맞은 상류 가정의 미녀와 결혼할 것이라 생각하며 체념한다.
외숙모의 임종이 임박하다는 소식을 듣고 제인은 휴가를 얻어 9년전에 떠났던 외숙모의 집을 방문한다. 외숙모의 장례를 치루고 한달만에 귀가한 제인은 뜻밖에 로체스터로부터 청혼은 받는다. 신분의 차이를 무시하고 제인을 배우자로 택한 로체스터의 진심을 믿고 제인은 청혼을 받아 들인다.
교회에서 두 사람이 결혼 서약을 하고 있는 도중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 로체스터는 기혼자로 그의 아내가 생존해 있다고 선언하여 결혼식은 중단된다. 로체스터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자기의 비밀을 제인에게 털어 놓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마이카에 가서 부잣집 딸과 결혼했는데 몇 년 만에 아내가 정신이상자가 되어 버렸다 한다.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아 부자가 된 로체스터는 미친 아내를 집에 데려 다 간병인에게 맡겨 놓고 자기는 10년동안 유럽의 여러 나라로 돌아 다니며 애정 행각을 했으나 사랑하는 여인을 찾지 못 했는데 집에 돌아 와서 제인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한다. 로체스터는 결혼을 할 수 없더라도 파리에 가서 함께 살자고 제인에게 간청한다. 하지만 제인은 로체스터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지만 그의 정부(情婦)로 살 수 없다며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간다.
낯선 마을에 도착한 제인은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어 숲속에서 노숙하고 음식을 구걸하여 먹으며 사흘을 보낸다. 아사 직전에 제인은 세인트 존 리버스(St. John Rivers)와 그의 두 누이들로부터 숙식을 제공 받고 원기를 회복한다. 성공회 사제인 세인트 존은 마을의 가난한 여자 아이들을 위해 세운 학교의 선생으로 제인을 채용한다.
뜻하지 않게 제인에게 행운이 찾아 온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혈혈단신이던 제인에게 세인트 존과 그의 두 누이들이 그녀의 외사촌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숙부로부터 당시 거금인 2만 파운드를 상속 받은 것이다. 그녀는 상속 받은 돈을 외사촌들과 균등하게 나눠 가져 그들 모두가 가난에서 벗어 난다.
세인트 존은 제인에게 자기와 결혼하고 인도에 가서 함께 선교 활동을 하자고 간곡하게 설득한다. 제인은 자기와 세인트 존은 이성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데 그가 선교 활동의 보조자로서 아내가 필요하여 청혼한 것이므로 사랑 없는 결혼을 하여 불행하게 살기 싫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헤어진 지 일년이 지났지만 로체스터를 잊지 못하는 제인은 그의 근황이 궁금하여 손필드홀을 찾아 가 보니 저택이 전소하여 폐허가 되어 있다. 제인은 묵고 있는 여관 주인으로부터 그녀가 떠나고 나서 두 달 후에 발생한 화재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가 방화를 한 후 옥상에서 뛰어 내려 죽었고 그는 붕괴하는 집속에서 들보에 깔렸다가 구조되었는데 손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두 눈이 실명했다는 것이다.
제인은 숲 속의 작은 집에서 외롭게 칩거하고 있는 로체스터를 찾아 가 감동적인 상봉을 한다. 제인은 불구자가 된 로체스터를 동정심이 아니라 사랑으로 포용한다.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 그들은 결혼한다.
‘제인 에어’의 스토리는 매우 흥미롭지만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소설을 통독해야 한다. 이 소설에는 계급의식이 강하고 빈부 격차가 심한 19세기 영국 사회의 실상, 당시의 사회 관념과 종교관, 제인의 지적 성장 과정과 내면세계가 유려한 문체로 묘사되어 있어 독자를 매료시킨다.
샬럿은 영문학사에 빛나는 브론티 세 자매들 중 맏이다. 둘째가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쓴 에밀리(Emily)이고 막내가 ‘애그니스 그레이(Agnes Grey)’를 쓴 앤(Anne)이다.
주(註): Bronte는 Brunty에서 유래했으므로 ‘브론티’가 올바른 발음인데 ‘브론테’라고 발음하는 원어민도 많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