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헬러 - 캐취-22
캐취-22 (Catch-22)
이현수
‘catch’는 ‘숨겨진 곤란(concealed difficulty)’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인데 ‘catch-22’는 해결 방도가 없는 진퇴양난의 곤경을 일컫는 신조어다. 'no-win situation'과 같은 뜻이다.
미국 연예계의 대표적인 catch-22는 이렇다. ‘에이전트가 없으면 일할 수 없고, 일한 경력이 없으면 에이전트를 구할 수 없다 (No work unless you have an agent, no agent unless you have worked).’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흔히 쓰는 영어 표현으로 ‘Damned if you do and damned if you don’t.’도 있다.
Catch-22는 미국 작가 조셉 헬러(Joseph Heller)가 만든 신조어다. 이 신조어는 1961년에 발간된 그의 소설에서 유래했는데 그 소설의 제목이 ‘Catch-22’다. 이 신조어가 영어권에서 일상 용어가 되고 웹스터 사전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나는 이 신조어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하여 헬러의 소설을 구입하여 읽고 또 읽었다.
소설 ‘Catch-22’는 전쟁 풍자 소설이다. 무대는 이태리 서쪽 지중해에 있는 가상의 섬 ‘피아노사’인데 2차 대전중 이 섬에 주둔한 공군부대에 속한 미국 군인들의 이야기다. 소설에서 작가 헬러는 군대내의 부조리, 부대 지휘관들의 어리석음, 이기심, 위선을 익살스럽게 풍자했다. 또한 전투기 조종사, 폭격수및 다른 부대원들이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겪는 정신적 혼란과 심리적 불안, 그리고 그들이 저지르는 분별없는 행동도 희화화(戱畵化)했다. 등장 인물들의 어처구니 없는 거동과 장난끼 있고 재치있는 대화가 웃음을 자아 낸다.
전투기 조종사와 전투기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수들은 50번 출격의 임무를 완수하면 미본토로 귀환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지휘관이 부대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의무 출격수를 60으로, 70으로 자꾸 상향 조정하여 아무도 전출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조종사들과 폭격수들이 처한 난감한 상황이 바로 ‘catch-22’다.
그러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요사리언 대위가 출격을 거부한다. 지휘관은 당황한다. 다른 조종사들과 폭격수들이 요사리언을 본 받아 출격을 거부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요사리언을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하지만 그의 결심은 요지부동이다. 부대원의 생명을 경시하는 이 부대에 남아 있다가는 이미 사망한 동료들처럼 자기도 결국 추락사를 당할 것이라 확신한 요사리언은 부대를 이탈하여 스웨덴으로 도주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그는 탈영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자기는 이미 50번 출격하였으니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완수했고 도주는 자기 자신을 보존해야 할 자신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는 강변한다.
작가 헬러 자신이 2차 대전중 B-25기의 폭격수로서 60번이나 출격하였지만 간신히 살아 남았다. 당시의 기억이 그를 심적으로 몹시 괴롭혔다. 뉴욕주 출신인 그는 종전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옥스포드대학에서 수학했고 그후 자신의 전쟁중의 체험을 토대로 소설 ‘Catch-22’를 써서 각광을 받았다. 전쟁중 공군 부대내에서 벌어진 일들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소설 ‘Catch-22’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은 20세기에 발간된 명작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Time’s 100 Best English Novels’에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