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 - 인도로 가는 길

이성재 2017. 9. 22. 02:29

 

                                   인도로 가는

 

 

                                                                               이현수

 

 

1600년에 설립된 영국동인도회사는 무역업이 주업무였으나 점차 세력을 확대하여 인도 영토의 대부분을 사실상 통치하게 되었고 쇠락하던 무갈제국은 1857년에 멸망하였다. 영국동인도회사가 1858년에 인도 통치 기능을 영국 왕실에 헌납하자 인도는 영국 식민지가 되어 1947년에 독립할 때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식민지 통치를 위해 인도에 파견되었던 영국인 관료들과 그 가족들의 우월감, 오만, 인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그런 영국인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 가는 인도인들의 순응과 저항이 교차하는 불안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이 1924년에 발간된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의 소설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이다.

 

작품의 무대는 20세기초 인도의 찬드라포어(Chandrapore)라는 소도시이다. 주인공 아지즈(Aziz)는 국영 병원의 인도인 의사이다. 그는 영국인들을 싫어하지만 그들에게 순종하며 살아 가는 평범한 젊은이이다.

 

찬드라포어에 두 여인이 찾아 온다. 그 도시의 치안판사인 로니 히스롭(Ronny Heaslop)과 결혼하려는 아데일라 퀘스테드(Adela Quested)와 히스롭의 어머니 무어 여사(Mrs. Moore)이다. 케스테드는 앞으로 자기가 결혼하여 살 땅인 인도와 인도인들에 대해 많이 알려고 한다.

 

현지 학교 교장인 영국인 시릴 필딩(Cyril Fielding)이 자기 집으로 아지즈, 퀘스테드, 무어를 초대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 아지즈가 마라바(Marabar) 동굴을 구경 시켜주겠다고 제안하여 모두들 그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아지즈의 안내를 받으며 산에 올라 동굴을 구경하던 퀘스테드가 아지즈가 혼자 동굴에 들어 간 사이에 혼자 급히 하산하여 그곳에 온 영국 여인의 자동차에 편승하여 돌아가 버린다. 아지즈는 영문을 몰랐지만 별로 신경을 안 쓰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역에서 체포된다. 아지즈가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힌다. 필딩만이 아지즈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영국인들은 감히 인도 남자가 영국 여인에게 손을 댔다며 분노할 뿐 아니라 자기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과잉 반응을 보인다. 이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필딩은 영국인들의 사교 클럽에서 탈퇴하고 인도인들의 아지즈 구명 운동에 동참한다.

 

재판이 열리고 법정에서 원고측과 피고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법정 밖에서는 아지즈의 무죄를 외치며 인도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그들의 반영국 감정이 고조된다. 검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아지즈를 죄인으로 몰아 가는데 뜻밖에 퀘스테드가 자신의 착오를 자인하고 고소를 취하하여 아지즈는 무죄로 풀려 난다. 그러자 영국인들은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이 사건이 있은 후 히스롭은 퀘스테드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 간다.

 

영국인들은 아지즈가 부당하게 풀려 났다고 생각하고 그를 계속 감시하고 박해한다. 이를 견디지 못 한 아지즈는 영국이 직접 통치하지 않는 마우(Mau) 지역으로 이주한다. 그는 필딩이 영국에 돌아 가서 결혼하고 인도로 돌아 왔다는 편지를 받고 그가 자기의 적인 퀘스테도와 결혼했으리라 단정하고 그와 절연한다.

 

2년이 지난 후 아지즈는 필딩이 현지 교육 실태를 살펴 보기 위해 마우를 방문하는데 아내와 처남도 데리고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지즈는 필딩을 만나 그가 결혼한 여자가 퀘스테드가 아니라 무어 여사의 딸이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의 오해를 푼다. 하지만 아지즈는 영국인들을 인도에서 몰아 내고 인도가 독립국가가 되어야 두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 포스터는 여러 명의 인도 지식인들과 친밀할 관계를 유지 했고 직접 인도에 가서 한 마허라저(Maharajah: 인도 토후국의 통치자 칭호)의 개인 비서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20세기초 인도 사회의 실상은 물론 지배자인 영국인들과 피지배자인 인도인들의 불안한 공존과 두 인종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포스터는 영국의 중류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그가 두 살도 되기전에 건축기사였던 아버지가 결핵으로 사망하여 편모 슬하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결혼을 하지 않고 모친과 함께 살았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는 단편 및 장편 소설 작가였고 에세이를 다수 썼다. 그는 6편의 장편 소설을 남겼는데 인도로 가는 길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포스터가 이 소설을 완성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이 소설이 칭송을 받는 이유는 두 문예사조, 즉 사실주의와 상징주의의 교묘한 융합, 소설의 정교한 구조, 작가의 탁월한 심리적, 정치적 통찰, 그리고 재치 있고 유려한 언어 구사 때문이다.   

 

포스터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번 지명되었으나 상은 받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