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이현수
인간이 동경하는 이상향을 유토피아(utopia)라고 하고 그 반대 즉 반이상향을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한다. 반이상향을 묘사한 소설이 여럿 있는데 조지 오웰의 ‘1984’가 가장 유명하다. 이 번에 소개하는 얼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도 반이상향 소설이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1931년에 탈고하여 1932년에 출간했다. 유전공학의 발달, 수면 상태에서의 주입교육, 심리적 조작, 확고한 계급제도를 통해서 획기적으로 변한 먼 훗날의 런던 (정확히 말하면, 1931년부터 약 600년 후인 2540년의 런던) 사회를 묘사한 소설이 ‘멋진 신세계’이다.
헉슬리가 머리 속에서 상상한 신세계는 어떤 곳인가? 그곳에는 자연적 임신과 출산이 없다. 최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정자를 인공 자궁에서 수정시켜 아이들이 태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없다.
사회에는 다섯 계급이 있다. 맨 위에 알파(Alpha)가 있고 그 밑에 차례로 베타(Beta), 감마(Gamma), 델타(Delta), 엡실론(Epsilon)이 있다. 각 계급마다 직업이 정해져 있는데 맨 위 계급인 알파가 지배층이고 맨 아래 계급인 엡실론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막일을 하게 되어 있다.
태어나기 전에 계급이 미리 정해져 있어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맡을 업무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갖고 세상에 나온다. 출생 후 미리 녹음된 테이프를 계속 틀어 주어 아이들이 성장하며 무의식 중에 자기의 계급과 자기가 수행할 업무를 인지하도록 세뇌시킨다. 계급 간의 이동은 불가능하고 모두 자기 신분에 불만이 없도록 세뇌되어 있다.
결혼 제도가 없고 성인 남녀는 여러 사람들과 자유롭게 성적 쾌락을 추구한다. 임신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피임을 해야 한다. 계급과는 상관 없이 모든 사람들이 늘 행복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소마(soma)라는 약을 수시로 복용한다.
버너드 막스(Bernard Marx)와 레니너(Lenina)는 뉴멕시코로 휴가를 가서 현대 문명과 동떨어진 인디안 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린다(Linda)와 그녀의 아들 존(John)을 만난다. 린다는 원래 신세계 사람인데 이곳에 남자 친구와 휴가를 왔다가 실수로 임신을 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 갈 수가 없어 그대로 남아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버너드와 레니너는 린다와 존을 신세계로 데리고 온다. 신세계 사람들은 자기들과 너무나 다른 존을 미개인이라고 부르며 그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 린다는 사망하고 존은 신세계의 환경에 적응을 못 하고 혼자서 은둔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신세계 시민들의 등쌀에 결국 목을 매어 자살한다.
신세계에서는 종교, 문학, 예술 활동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모두가 외톨이인 신세계의 시민들은 자아(自我)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자신에게 부여된 신분을 거부감 없이 감수하며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며 살고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멋진 신세계’는 매우 황당한 이야기인데 이 소설은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적 소설이 아니고 반이상향을 그린 과장된 풍자적 우화(寓話) 소설 이다. 헉슬리는 4권의 소설 (Come Yellow, Antic Hay, Those Barren Leaves, Point Counter Point)을 저술한 후에 5번째로 ‘멋진 신세계’를 썼다.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소설은 미국의 저명한 출판사 The Modern Library가 1999년에 발표한 ‘100 Best English-language Novels of the 20th Century’에 포함되어 있고 영국의 방송사 BBC가 작성한 필독서 목록에 87위로 등재되어 있다.
1894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헉슬리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1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단편, 장편 소설 뿐만 아니라 에세이, 시, 기행문, 극본을 써서 문명(文名)을 날렸다. 그는 여러 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 되었으나 상은 받지 못 했다.
그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자, 평화주의자, 사회 풍자가였다. 그는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인들 중의 한 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37년에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여 로스앤젤리스에서 거주하다가 1963년에 69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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