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세르반테스 - 돈키호테

이성재 2025. 8. 25. 18:44

돈키호테 (Don Quixote)

                                                                                                         이현수

 

스페인의 중남부 지방 라만차에 사는 50세의 향사(鄕士) 알론소 키하노는 기사도 소설을 지나치게 탐독한 결과 현실 감각을 잃고 망상에 사로잡혀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기사가 되어 농부인 산초 판자를 종자(從者)로 거느리고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고 핍박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편력(遍歷)의 길에 나선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돈키호테는 온갖 기행을 벌인다. 들판에 있는 풍차를 사악한 거인으로 오인하여 창을 들고 공격한다. 그러나 풍차 날개에 부딪혀 튕겨 나가 크게 다친다. 양떼를 적군으로 오인하고 전투를 벌이려 돌격한다. 하지만 양치기들에게 돌세례를 맞고 부상을 입는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허름한 여관을 중세의 성()이라 착각하고 여관 주인을 성주로 대하고, 자신을 기사로 서임해달라고 요청한다. 주인은 장난삼아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 감옥으로 호송되고 있는 죄수들을 억울하게 붙잡혀 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구출한다. 하지만 구출된 죄수들은 돈키호테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그를 폭행하고 도망친다. 이발사의 세숫대야를 전설적인 기사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라고 착각하고 이를 빼앗아 쓴다. 이후 이 세숫대야를 신성한 투구처럼 소중히 여긴다. 농부의 딸 알론사 로렌소를 둘시네아 델 토보소 귀부인이라고 부르며 그녀를 위해 무훈을 세우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기상천외한 행동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돈키호테의 기사도 이상주의와 현실과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상과 현실, 진실과 환상,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을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소설 돈키호테는 서양 문학사에서 위대한 소설로 칭송을 받으며 성경 다음으로 각국어로 많이 번역되고 연구의 대상이 된 대여섯 개의 문학 작품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400년전에 발간된 돈키호테는 새로운 산문체 소설 장르를 확립한 작품으로 서양 근대 소설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후대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둘째, 이 소설은 호메로스(영어로 Homer)오디세이아(영어로 Odyssey)’ 다음으로 유명한 모험담이다. 셋째, 이 소설은 해학과 풍자의 극치이다. 돈키호테의 좌충우돌 기행 뿐 아니라 기사도의 이상에 몰입한 돈키호테와 지극히 현실적인 산초 판자 사이의 엇나가는 대화가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반항과 용납, 영웅적인 행동에 대한 칭송과 회의, 공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실과의 타협 등 우리 마음속에 내재하는 갈등을 극명하게 노정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1547년에 스페인에서 출생해서 쉐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인 1616423일에 사망했다고 한다.  불세출의 문호 두 명이 같은 날에 사망했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는 정규 교육은 별로 받지 못하고 독서를 많이 하며 독학을 하였다.    

 

24살때 터키군과의 해전에 참여하여 부상을 당했고 왼손이 불구가 되었는데 그는 오른손의 더 큰 영광을 위해왼손이 불구가 되었다고 익살을 떨었다고 한다.  그후 다른 전투에도 여러 번 참전하여 용맹을 떨쳤다.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 가던 중 그가 탄 배가 터키 해적들에게 피랍되어 5년간 억류 생활을 했고 노예로 팔려 가기 직전에 그의 가족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함으로써 겨우 풀려 났다.  

그는 스페인에 돌아 가서 여러 직종에 종사했고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도 했다.  극본도 쓰고 시도 썼지만 별로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그후 15년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스페인 해군에서 문관으로 근무하였다. 

 

세르반테스는 53세가 되어서 소설 돈키호테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스페인의 대중들은 허황된 기사도 소설들을 즐겨 읽고 있었는데 그는 발상을 달리 하여 기사도를 희극적으로 풍자하는 소설을 쓴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도 정의, 명예, 사랑, 이상 같은 가치를 끝까지 추구하기 때문에 돈키호테는 희극적 풍자 이상의 소설이다.

 

소설 돈키호테 1부와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발간되자 마자 스페인 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절찬을 받았다. 이에 고무되어 세르반테스는 1부보다 내용이 더 알찬 2부를 10년후에 발간하였다.

 

돈키호테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부정하고 보다 가치 있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의 전형(典型)으로 인식되기 때문일지 모른다. 깡마른 말을 탄 늙은 기사와 통통한 당나귀를 탄 작달막한 종자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영원히 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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