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조지 오웰 - 동물농장, 1984

이성재 2013. 4. 13. 21:15

 

                                                         동물농장/1984

 

                                                                              이현수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의 필명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버마에서 경찰관을 수년간 했고, 영국으로 귀환한 후 가정교사, 학교 선생, 책방 점원으로 일했고, 군인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신문 및 잡지에 정치 평론과 문학 평론을 다수 썼고 또 편집 책임을 맡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꾸준히 소설을 집필하였다.  

 

그는 빈곤, 불의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민주적 사회주의자였다. 문필가로서의 그의 명성은 날로 높아졌는데 그의 글은 명쾌하고 지적이고 재치가 넘치기로 유명하다.  그는 영국의 The Times가 선정한 ‘1945년이후의 위대한 50명의 영국 작가들명단에 2위로 올라 있다. 

 

오웰은 여러 편의 소설을 썼지만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물농장(Animal Farm)’‘1984(Nineteen Eighty-Four)’이다. 이 두 소설은 시사주간지 Time이 선정한 ‘100 best English-language novels published since 1923’에 포함되어 있다. 

 

1945년에 출간된 동물농장은 공산혁명후에 소련이 스탈린 통치하에서 개인 숭배와 공포정치가 판을 치는 전체주의 (totalitarianism) 국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풍자한 정치적 우화소설이다. 농장주인을 쫓아내고 농장을 지배하게 된 돼지들은 처음에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그들이 점점 특권을 누리게 되자 슬로건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걸었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 보다 더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더 평등(more equal)’이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니 권력층의 기만을 이 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구는 없을 것이다.

 

소설 ‘1984’ 1949년에 출간되었다. 당시는 암울한 시절이었다. 2차대전이 종결된 후 소련이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동유럽이 공산화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공산주의 세력이 날로 팽창하고 있었다. ‘1984’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오웰이 자기가 상상한 35년후의 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1984년이 되면 혁명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제도는 붕괴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세계는 일당(一黨) 독재를 하는 3개의 거대한 초강대국들과 소수의 약소국들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1984’는 반이상향(dystopia)을 그린 소설이다.

 

‘1984’에 묘사되어 있는 디스토피아는 어떤 곳인가? 그곳은 일당독재의 전체주의 국가이다. 당의 유일한 목표가 영구 집권이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와 끊임없이 전쟁을 하여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증오심을 부추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없다. 시민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사상도 항상 감시되며 사랑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전통적 가정도 파괴되어 있다. 자유기업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 시민들은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모든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가 시민들에게 식품과 의류를 배급한다. 생필품은 늘 부족하다. 특권층인 핵심 당원만 빼고 시민 모두가 혁명 전 보다 훨씬 가난하게 산다.

 

당의 대표가 Big Brother인데 ‘BIG BROTHER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쓴 커다란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시민에게 프라이버시(privacy)가 전혀 없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내에는 양방향 텔레스크린 (telescreen)이 설치되어 있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과 그들이 하는 말이 전부 당에 노출된다. 당이 용납하지 않는 언행은 곧장 지적되고 시정을 요구받는다. 이런 텔레스크린이 시민들의 일터와 공공장소에도 설치되어 있다. 또 엿듣기 위한 마이크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아이들은 수상한 사람들을 정부에 신고하도록 훈련되어 있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신고하기도 한다.

 

시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경찰은 비밀 요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보통 사람처럼 행세하며 반사회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고발한다. 시민들의 편지는 수신자에게 배달되기 전에 정부 요원이 개봉하여 검열한다. 사소한 배반 행위라도 발각되면 당사자는 즉시 체포되어 구금되고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당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오류가 노정된 과거의 기록을 수시로 수정한다. 국가가 제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생존했던 기록 자체를 폐기한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매일 사무실에서 이 작업을 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체제가 뒤집혀 혁명 전 옛날로 돌아 가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발각되어 그는 체포되고 심한 고문을 받는다. 결국 교묘한 세뇌공작으로 스미스는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깨닫고 Big Brother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이 되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디스토피아의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실제로 1984년이 도래했을 때 세상은 오웰이 상상한대로 변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소멸하지 않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은 건재했다. 더욱이 1989년 이후에 소련에서뿐만 아니라 동유럽에서 전체주의 공산정권들이 모두 붕괴되고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다. 오웰의 상상은 빗나갔지만 국가 기관이 시민의 사회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해악에 대한 그의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직도 소설 ‘1984’에 묘사된 것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