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가는 대로

유토피아

이성재 2015. 8. 6. 09:35

유토피아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에는 불의와 불평등이 만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벽한 사회인 이상향을 꿈꾼다. 이런 이상향을 유토피아(Utopia)’라고 하는데 이 말은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저술한 같은 제목의 책에서 유래했다. 라틴어로 쓰인 이 책은 1516년에 발간되었다. 나는 내용이 궁금하여 영어 번역본을 구해서 읽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가?

 

유토피아는 공화국이다. 정부 관리들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되며 공적인 사안들은 그들이 참석하는 의회에서 토론되고 결정된다.

 

유토피아에는 법이 많지 않다. 몇 안되는 법들은 일상어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그래서 변호사가 없으며 시민들은 직접 소송하고 법정에서 직접 변론한다.

 

유토피아에는 사유재산이 없다. 모든 물건은 공동으로 소유되며 전시민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 따라서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다. 시민들은 자기 집이 없고 10년 마다 다른 집을 배정는다.

 

남녀 구별없이 모든 시민들이 농사를 짓는다. 농사일 외에 각자 자기만의 직업을 갖는다. 아이들은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도록 키운다. 부모의 직업과 다른 직업을 원하는 아이는 그가 원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가족에게 입양된다.

 

유토피아의 모든 생산품은 수거한 후 종류별로 분류하여 가게에 공급한다. 각 가정의 가장은 가게에 가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사용한다. 유토피아에는 돈이 없다.

 

모든 시민들은 하루에 여섯 시간씩 일한다. 점심 식사 시간은 따로 주어지며 저녁 식사후 8시에 취침하여 8시간을 잔다. 나머지 시간들은 자유시간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쓸데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기 개발을 위해 자유시간을 쓴다.

 

모든 시민들이 같은 종류의 옷을 입는다. 다만 그들이 입는 옷은 남녀, 그리고 결혼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모든 시민들은 공공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음식은 각가정이 순번을 정하여 돌아가며 여자들이 조리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살기 때문에 자기 집에서 식사를 한다.

 

본인 거주지외의 다른 마을에 가려면 공식적인 여행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요청하면 쉽게 발급된다. 그러나 여행 허가증 없이 다른 마을을 돌아 다니다가 붙잡히면 집으로 끌려 오고 무단이탈자로 처벌을 받는다.

 

여자들은 18세가 되기전에는 결혼할 수 없고 남자들은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결혼을 하려는 남녀는 샤프롱 입회하에 상대방을 전신 나체로 관찰한 후에 최종 결정을 한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얼굴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토머스 모어는 16세기 유럽 사회가 안고 있던 많은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고 유토피아를 저술했다. 그는 인간이 유토피아적 환경에서 가장 행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유토피아는 우리가 막연하게 동경하는 상상 속의 이상향과 거리가 멀다전제군주제 대신 민주공화제를 지향한 그의 이상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현되었지만, 그의 기타 이상들, 특히 사유재산의 부정, 직업 선택의 제한, 공동 생활 양식, 시민 생활에 대한 과도한 통제 등은 우리가 받아 들이기 어렵다. 이런 제도를 채택했던 공산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일보 (토론토)

 

2015년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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