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단상
북한은 지극히 폐쇄적인 사회라 외부인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북한 관영 언론 매체들의 보도는 선전 위주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얼마 전에 북한 권력의 제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 국내외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추측성 논평밖에 할 수 없었다.
장성택 숙청에 대해서 온갖 설이 난무하지만 북한의 소수 최고 권력층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장성택의 숙청을 직접 주도했는지 아니면 장성택의 정적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장성택의 숙청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조용히 제거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성택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가장 모멸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 주고자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김정은의 오판이었다고 하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자신의 고모부를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한 것을 보고 유교 문화권에서 성장한 양식있는 북한 주민들은 경악하고 김정은에 대해서 인간적 혐오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만이 이를 모르리라. 자기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측근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이 자기를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나이 어린 김정은이 갑자기 국가 최고지도자로 등장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기반은 원래 취약한데 이번 장성택 숙청에서 보여준 미숙하고 잔인한 행동으로 인해서 그의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이 크게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정은도 개혁 개방과 시장 경제제도의 도입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를 취하면 자신은 몰락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이 북한 실정이다. 터널 끝에 빛은 보이지 않고, 북한은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월남이 1975년에 어떻게 몰락했는지 잘 알고 있다.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할 때 최신 무기를 모두 넘겨 줘서 월남군은 월맹군 보다 훨씬 더 중무장 되어 있었다. 그러나 월맹군이 총공세를 폈을 때 월남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월남 군인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는데 아무도 그들을 말리려고 하지 않았고 말릴 수도 없었다. 월남 군인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월남 정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월남 정부는 사상누각(沙上樓閣) 처럼 맥없이 무너졌다. 북한도 이렇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기만에 찬 억압 통치를 받고 있으며, 보다 나은 장래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만약 김정은 정권이 위기에 봉착하면 아무도 김정은을 도우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군인들도 그를 지켜 주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월남에서 본 것 처럼 아무리 강한 군대도 전의를 상실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김정은 정권은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 단지 권력을 움켜지고 특권만을 계속해서 누리려고 한다. 이런 북한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와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결국 붕괴하리라는 것이 많은 식자들의 조심스런 예측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북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남북한 통일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북한이 통일로 가는 길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을 것이나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어떠한 장애믈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