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마이클 온다티어 - 잉글리쉬 페이션트

이성재 2018. 9. 27. 23:40

 

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

 

 

                                                                이현수

 

영어권에서 권위있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주관하는 부커상재단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8년에 골든맨부커상 (Golden Man Booker Prize)을 새로 만들었고 재단이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지금껏 맨부커상을 수상한 51편의 작품들 중에서 5편을 수상작 후보로 선정하였다. 5편의 작품들 중에서 일반 독자들의 투표를 통하여 수상작을 결정하였는데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50년에 걸쳐 맨부커상을 수상한 쟁쟁한 작품들 중에서 이 소설이 최고의 명작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20년전에 읽은 이 소설을 다시 읽었다.

 

작가 마이클 온다티어 (Michael ondaatje)1943년에 스리랑카에서 태어났는데 부친과 별거하고 있는 모친과 살기 위해 1954년에 영국으로 건너 갔다가 1962년에 캐나다로 이주하였다. 그는 토론토대학에서 학사, 퀸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웨스턴온타리오대학과 요크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인데 시집을 발간하여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했고 소설 잉글리쉬 페이션트1992년에 맨부커상과 또다시 캐나다총독상을 받았다. 그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외에 6편의 소설을 저술했다.

 

소설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에 이탈리아의 한 빌라에서 잠시 함께 지내게 된 이질적(異質的)인 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1930년과 1945년 사이에 겪었던 일들이 주요 소재인데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전개되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스토리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피렌체 근처의 빌라(수녀원이었던 건물)에 설치된 야전병원에 극심한 화상을 입고 국적도, 신분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환자가 이송된다. 그는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고 있어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불린다.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야전 병원도 따라 갔는데 이 환자는 몸 상태가 나빠 이송이 어렵게 되자 20세의 캐나다 출신 간호사 해너(Hana)가 자진하여 혼자 남아서 그를 돌본다.

 

이 소식을 듣고 해너 아버지의 친구로서 토론토에서부터 그녀를 알고 있던 카라바기오(Caravaggio)가 찾아 와 그녀와 같은 빌라에서 기숙한다. 전직이 도둑인 그는 전쟁 중에 영국군의 스파이로 일하고 있었는데 파티장에서 실수로 독일군 장성의 여자 친구에게 사진을 찍힌다. 그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숙소에 잠입하여 그 사진 필름을 훔치려다 붙잡혀 엄지손가락을 모 두 절단 당하는 등 심한 고문을 받고 풀려나 로마에 있는 군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해너를 찾아 온 것이다.  

 

또 한 명의 남자가 합류한다. 해너가 묵고 있는 빌라의 정원에 묻혀 있는 지뢰를 제거하려고 온 킵(Kip)이 정원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텐트를 치고 기거하며 빌라에 살고 있는 세 사람들과 어울린다. 시크(Sikh)교도인 그는 인도에서 영국군에 지원하여 영국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지뢰와 폭탄을 제거하는 공병 장교로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되었다.

 

해너는 전쟁 중에 아버지가 사망한 것에 심적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쳐 야전 병원 간호사를 그만 두기로 작정하고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돌보며 혼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런 장래 계획 없이 킵과 연인 사이가 된다.

 

카라바기오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정체를 알아 내려고 그에게 평상시 보다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투입하여 그가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도록 유도한다. 알고 보니 그는 헝가리 출신의 알마시(Almasy) 백작인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아프리카의 사막에서 탐험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탐험대에 영국인 제프리 클리프턴(Geoffrey Clifton)이 갓 결혼한 아내 캐서린(Katharine)과 함께 참여한다. 클리프턴은 경비행기를 조종하며 탐험대를 도운다.

 

알마시와 캐서린은 클리프턴 몰래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인다.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클리프턴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난 충격을 받으리라는 생각에 캐서린이 알마시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둘 사이의 불륜 소문을 뒤늦게 전해 듣고 비탄에 잠긴 클리프턴은 비행기에 캐서린을 태우고 사막으로 비행하여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알마시를 들이 받아 살해하고 그녀와 함께 자살하려고 고의로 추락한다. 비행기는 알마시를 비켜 갔으나 클리프턴은 즉사하고 캐서린은 심한 부상을 입는다. 알마시가 달려 가 캐서린을 비행기에서 꺼내어 근처의 동굴로 옮긴다.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할 경비행기는 있지만 연로가 없어 알마시는 연료를 구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 나선다.

 

알마시는 사흘 동안 굶주리며 사막을 걸어 마을에 도착하여 영국군을 만나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 당하고 체포되어 구금된다. 당시 그는 몰랐지만 클리프턴은 영국 정보원으로 알마시가 속한 탐험대에 침투하여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사망하자 영국은 알마시가 캐서린 때문에 그를 살해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3년 후 알마시가 동굴에 돌아 가 보니 캐서린은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였다. 그는 그녀의 시신을 싣고 경비행기를 몰고 가다가 연로가 누출되어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자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였지만 극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사막의 베두인(Bedouin)들이 구출하여 연합군에 넘긴 것이다.

 

킵은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였다는 뉴스를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인도인으로서 그가 가슴속에 품고 있던 영국을 위시한 서양 국가들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다. 그는 미국이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을 백인 국가에는 절대로 투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서양인의 동양인 경시에 환멸을 느낀 그는 더 이상 영국군 장교로 복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빌라에 있는 세 사람들과 헤어져 오토바이를 타고 이틀간 정신 없이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우중(雨中)에 다리에서 미끄러져 오토바이와 함께 강물 속으로 추락하지만 목숨은 건진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인도에서 의사가 되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킵은 34세가 되어 있을 해너에 대한 상념에 가끔 잠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소설은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신비감이 드는 구성(plot), 은유적 묘사, 시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소설로 위장된 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은 38개국어로 번역 되어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1996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고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하여 9개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