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헨릭 입센 - 인형의 집

이성재 2018. 10. 12. 03:00

 

 

인형의 집

 

                                                                이현수

 

헨릭 입센(Henrik Ibsen)은 노르웨이 태생의 극작가이며 시인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유명한 극작가인데 피에르 긴트(Peer Gint)를 비롯하여 다수의 희곡을 썼다. 그의 대표작 인형의 집(영역본 제목: A Doll’s House)’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희곡 중의 하나이다.

 

인형의 집의 주인공 노라(Nora)는 세 자녀의 엄마로서 자기를 어여쁜 새처럼 아껴 주는 남편과 즐겁게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다. 그녀에게는 남편 헬메르(Helmer)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들 부부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젊은 시절 헬메르가 건강이 나빠져 기후가 따뜻한 이탈리아에 가서 요양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 온 적이 있는데 그 비용 일체를 노라가 조달했다. 그녀는 남편에게는 자기의 아버지가 돈을 주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크록스타드에게서 돈을 빌렸던 것이다. 그리고 생활비를 아끼고 서류 필사로 돈을 벌어 빚을 분할하여 갚았는데 잔금이 약간 남아 있다.

 

은행 매니저로 부임하게 된 헬메르는 그 은행 직원인 부도덕한 크록스타드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노라의 친구 린다를 채용하려고 한다. 이를 알고 크록스타드가 노라를 찾아 와 그 결정을 번복하도록 남편을 설득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차용증서에 보증인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다. 약점을 잡힌 노라는 헬메르에게 크록스타드를 해고하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그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헬메르는 노라의 간청을 완강하게 거절하고 크록스타드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한다.

 

크록스타드는 헬메르가 자기의 복직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노라의 범법 행위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헬메르의 집 우편함 속에 넣고 간다. 우편함은 잠겨 있고 열쇠를 헬메르가 갖고 있어 노라는 그 편지를 꺼내서 감출 수가 없다. 결국 헬메르는 크록스타드의 편지를 읽고 분별없는 노라가 자기의 장래를 망쳤다고 격분한다. 크록스타드가 노라의 범법 행위를 폭로하면 사람들은 헬메르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믿을 터이고 그는 곤경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라는 남편을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 헬메르는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녀가 위선자, 거짓말쟁이, 범죄자이며 신앙심, 도덕 관념, 책임감도 없는 여자라고 공박하면서 그녀를 몰아 세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두 사람은 한 집에서 계속해서 함께 살아야 하지만  헬메르는 더 이상 노라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양육도 노라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 때 크록스타드의 새 편지가 배달된다. 옛 애인이었으나 자기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던 린다가 자기에게 돌아 온 것에 감동을 받아 그가 마음을 바꾸어 쓴 편지이다. 그는 노라의 서명 위조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편지에 썼고 그녀의 차용증서를 돌려 준 것이다. 헬메르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노라를 용서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가 놀라고 화가 나서 내뱉은 심한 말은 모두 잊고 예전처럼 오순 도순 살자고 한다.  

 

노라는 헬메르가 아내의 허물을 감싸고 모든 것이 자기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크록스타드의 협박에 당당히 맞서리라 기대했는데 그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데 대해 실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기의 명예를 희생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고 헬메르가 변명 삼아 말하자 노라는 수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했다고 항변한다.

 

그녀는 결혼하여 8년간 함께 산 헬메르는 자기가 생각하던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결혼전에는 아버지가 또 결혼후에는 헬메르가 자기를 인형 취급하여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자기는 즐겁기는 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실토한다. 노라는 자기 정체성을 찾고 또 교양을 함양하기 위하여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헬메르는 노라가 가정, 남편, 아이들을 버리는 것은 아내의 신성한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설득하며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임무가 그보다 더 중요하다며 듣지 않는다. 사회의 통념, 종교의 교훈, 실정법이 어떻든 그녀는 자기는 아내,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노라는 결혼 반지를 헬메르에게 돌려주고 자기가 준 반지를 돌려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집을 나간다.

 

희곡 인형의 집1879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발간되고 초연되었다. 그 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고 세계의 많은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자기 의견 없이 남편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며 살던 유부녀가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위하며 남편과 자녀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는 테마의 인형의 집은 연극계에 큰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격렬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여권신장론(伸張論)을 주창하는 인형의 집19세기 유럽을 풍미하던 낭만주의를 버리고 사실주의(realism)를 도입한 최초의 희곡이다. 사실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입센은 조지 버너드 쇼, 오스카 와일드, 아서 밀러, 유진 오닐 등 후대의 많은 극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