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담

헤르만 헤세 - 데미안

이성재 2019. 1. 9. 22:22

 

 

 

데미안 (Demian)

 

                                                           이현수

 

 

독일 태생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1919년에 발표한 소설 데미안은 주인공 에밀 신클레어(Emil Sinclair)가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일인칭 소설이다. 그의 회상은 10살 때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신클레어는 자기보다 사회적 신분이 낮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과 어울려 놀며 남의 과수원에서 사과 한 자루를 훔친 적이 있다고 꾸며낸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악동(惡童) 프란츠 크로머는 신클레어의 도적질을 과수원 주인이나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신클레어에게서 돈을 뜯어 내고 그를 치졸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이렇게 크로머에게 시달리며 신클레어는 매일 밤 악몽을 꾸어 심신이 쇠약해지고 가족들과의 사이도 벌어 진다. 그는 자기가 이제껏 살아 온 밝은 세상에서 어두운 세상으로 전락했다고 자탄한다.  

 

신클레어가 다니는 학교의 상급반에 막스 데미안(Max Demian)이 전학해 온다. 그는 신클레어 보다 서너 살 위이지만 나이 보다 성숙하고 말씨나 처신이 어른 같아 신클레어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데미안은 크로머가 신클레어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내고 크로머가 더 이상 신클레어를 괴롭히지 못 하게 조치한다. 신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으로 다시 밝은 세상으로 복귀한 것이다.

 

몇 년간 만나지 않다가 신클레어와 데미안은 견진 성사를 받기 위해 교리반에서 함께 공부한다. 대화를 통해서 신클레어는 데미안도 자기처럼 세상이 밝은 세상어두운 세상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미안은 기독교의 신()은 밝은 반쪽 세상만 포용하고 어두운 반쪽 세상에서 일어 나는 일은 악마의 소행이라며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신클레어는 데미안의 독창적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성경의 기술(記述)과 기독교의 교리를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 들였음을 깨닫는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기숙학교에 진학한 신클레어는 동급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다. 그러다가 상급생 알폰스 베크와 어울려 술집을 전전하며 무절제한 생활을 한다. 그는 학업도 등한하여 문제 학생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원에서 지적이고 아리따운 한 여인을 목격하고 그녀에 매혹되어 그녀를 자기의 베아트리체(Beatrice)라고 명명한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신곡(神曲)에서 이상화한 여인이다. 그녀를 보고 대오각성한 신클레어는 어두운 세상에서 밝은 세상으로 돌아 온다. 그는 술집에 발길을 끊고 학업에 전념할 뿐 아니라 기품 있게 행동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리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포기하고 특정한 모델 없이 붓 가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인물화를 그린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그림 속의 얼굴이 신클레어의 꿈속에 나타났던 얼굴인데 데미안을 닮았다. 신클레어는 데미안을 그리워 한다. 그는 자기 고향집 출입문 위에 새겨진 문장(紋章)에 데미안이 관심을 보였던 생각이 나서 그 문장 속의 새를 그림으로 그려서 그에게 우편으로 보낸다.  

 

신클레어는 수업 시간 중에 책 갈피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한다. 이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새는 알껍질을 깨고 나온다. 알껍질은 세상이다. 누구도 세상을 파괴하지 않고 태어날 수 없다. 새는 신()에게 날라 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Abraxas)이다.’ 신클레어는 이 쪽지는 자기가 보낸 그림에 대한 데미안의 답신이라고 확신한다.

 

신클레어는 박학다식한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종교적, 철학적 토론을 통해서 지적으로 성장한다. 피스토리우스는 신적 요소와 악마적 요소를 결합한 신()인 아브락사스는 어떠한 생각이나 꿈도 용인한다고 설파하며 신클레어에게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순응하라고 권유한다.

 

대학에 입학한 신클레어는 오랜만에 거리에서 데미안과 조우한다. 다음날 그는 데미안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복도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놀란다. 그가 그려서 데미안에게 보낸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만난 데미안의 엄마 에바(Eva)는 데미안과 비슷하게 생긴 매혹적인 여인으로 자기가 꿈속에서 본 바로 그 얼굴이다. 신클레어는 에바를 흠모하며 그녀와 심오한 대화를 한다. 신클레어는 데미안, 에바 또 그들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자신의 내면적 자아(inner self)를 이해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 신클레어는 새가 힘들게 알껍질을 깨고 나오듯 자기는 힘들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꿈꾸던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느낀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데미안과 신클레어는 징집되어 전방에 배치된다. 부상 당한 신클레어가 의식을 잃은 채 후송된 병원에서 눈을 뜨니 옆 침대에 역시 부상당한 데미안이 누워 있다. 다음 날 데미안이 죽고 나서 신클레어는 자신의 내면적 자아를 이해하는데 언제나 데미안이 열쇠였다고 깨닫는다.

 

 

작가 헤세는 심리 분석에 신비주의를 가미하여 데미안을 저술했다. 한 청년의 내적(內的) 성장 과정을 심도 있게 묘사한 이 소설은 독일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애독서가 되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외에 수레바퀴 밑에서’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등 명작을 저술했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