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영어 공부
이현수
기성 세대가 한국에서 받은 영어 교육이 부실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 이민 1세대 교민들도 그 피해자들이다.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았건만 캐나다에 건너와서 영어를 새롭게 배워 가며 이민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영어는 쉽게 습득이 안되는 언어이다. 영어가 배우기 어려운 원인을 영어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잉글랜드 지역의 원주민은 켈트어를 쓰는 켈트족이었는데 5세기 중엽에 유럽대륙에 거주하던 게르만계 앵글족, 색슨족, 주트족이 침입하자 켈트족은 스코틀랜드, 웨일즈, 콘월 지역으로 밀려났고 침입자들의 게르만어파 언어인 앵글로색슨어가 잉글랜드의 공용어가 되었다. 이것이 Old English이다.
그 후 영어는 많은 외래어를 받아들이며 진화했다. 600년경에 기독교가 전파되며 라틴어 종교 용어가 Old English에 유입되었고 8세기말에 덴마크의 바이킹들이 잉글랜드에 침입하여 정착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언어 Old Norse가 영어에 스며들었다. 더 큰 변화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윌리엄 공작이 1066년에 잉글랜드를 정복하여 왕으로 등극하며 시작되었다. 그와 함께 건너온 노르망디 출신 프랑스인들이 상류계급이 되어 잉글랜드를 지배하면서 프랑스어가 왕실, 귀족사회, 교회, 정부, 법정, 학교, 그리고 전문 직업인들의 공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앵글로 색슨족 대다수는 Old English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따라서 약 300년간 잉글랜드에는 2개의 언어가 공존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프랑스인 후손들이 프랑스 본토로부터 격리되어 앵글로색슨 현지인들과 결혼하여 살면서 Old English에 수많은 프랑스어 단어가 혼입하여 Middle English가 되었다.
그 후 16세기부터 17세기 중엽까지 르네상스가 잉글랜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철학, 문학, 예술, 과학, 의학 등에 관한 그리스어, 라틴어 단어들이 영어에 많이 유입되었는데 17세기 중반 이후의 영어를 Modern English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어에 수많은 외래어 단어들이 유입되어 영어 어휘는 풍부해졌으나 어원(語源)이 다른 단어들이 뒤섞여 영어의 스펠링과 발음은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되었다. 더욱이 18세기에 스펠링 규칙이 확정된 후 영어 발음이 많이 변화하여 스펠링과 발음 사이에 더 큰 괴리가 생겼다.
영어로 소통할 때 어휘력과 표현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음이다. 그런데 영어만큼 발음이 불규칙한 언어도 드물다. 영어 발음의 큰 특징은 모든 모음과 많은 자음이 한가지 이상으로 발음되고 자음이 묵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어 스펠링만 보고 짐작으로 발음하면 틀리기 쉽다. 영어 원어민들이 하는 발음을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없이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나는 캐나다에 이주한 후 평소에 잘못 알고 있던 영어 발음을 고쳐가며 살고 있다. ‘Hudson’을 ‘허드슨’으로 알고 있었는데 원어민들은 ‘헛슨’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또 ‘Roosevelt’는 ‘루스벨트’가 아니고 ‘로오즈벨트’, ‘Melbourne’'은 ‘멜버른’이 아니고 ‘멜번’, ‘Murray’는 ‘머레이’가 아니고 ‘머리’, ‘Las Vegas’는 ‘라스베가스’가 아니고 ‘라스베이거스’, ‘Wharton’은 ‘와튼’이 아니고 ‘워튼’, ‘odyssey‘는 ‘오디세이’가 아니고 ‘오디시’, ‘supermarket’은 ‘슈퍼마켓’이 아니고 ‘수퍼마켓’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국어와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언어인 영어를 머리가 굳어 버린 성인이 되어 습득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 학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영어는 이곳 사회의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고 사회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게 된다. 단순한 의사소통에 만족하지 않고 더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교민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캐나다 교민 신문에 게재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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