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아마추어 등산가의 산행기

이성재 2024. 10. 12. 16:30

아마추어 등산가의 산행기

 

이현수

 

한반도는 약 66퍼센트가 산지(山地)라 도처에 산이 많은데 대부분 접근성이 좋고, 오르기 쉽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등산을 즐긴다. 등산은 한국인의 국민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등산 애호가이다. 내가 캐나다로 이주하여 토론토 교외에 거주하며 가장 아쉬운 것은 근처에 등산할 만한 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토 인근 야산에서 하이킹을 한다. 그러나 서울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등산을 한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 도봉산, 청계산, 수락산, 관악산, 대모산, 광교산등을 수 없이 올랐다. 그리고 서울 근교를 벗어나 속리산, 민주지산, 소백산, 태백산에도 올라 갔었다. 이건 토론토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나는 등산을 즐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설악산의 대청봉에도 못 올라가 보았고 치악산등 ()자가 들어 가는 험준한 산에는 올라갈 염두를 못 낸다. 그러나 내가 등산 전문가 수준의 친구들 앞에서 기 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후지산 정상까지 오르는 힘든 등산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후지산(해발 3,776 미터)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백두산 (해발 2,744 미터) 보다 약 1,000 미터나 더 높다. 후지산 꼭대기는 완벽한 좌우 상칭적 원뿔꼴(symmetrical cone)이라 멀리서 바라보면 무척 아름답다. 눈 덮인 후지산은 더더욱 아름답다.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이며 일본인에게는 경외의 대상이다.

 

나는 도쿄에서 거주하던 어느 날 큰 맘 먹고 후지산 등산에 도전하였다. 후지산은 약 2,400 미터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 나머지를 걸어 올라 가야 한다. 나는 다른 등산객들과 함께 해돋이를 보기 위해 밤 10시경에 등산을 시작하여 밤새도록 걸었다. 7월이었지만 밤공기가 차가워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쌌고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 갔다. 위로 올라 갈수록 산은 더 가파렀고 발걸음을 떼어 놓기가 힘 들었다. 나는 해 뜨기 전에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하여 붉은 해가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장관을 목격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꿈에 그리던 금강산과 백두산에도 올라가 보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그건 본격적인 등산은 아니었다.

 

내가 금강산에 갈 수 있었던 것은 1998년부터 10년간 현대 아산에 의해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었기 때문이다. 금강산에는 능선과 계곡이 많다. 능선에는 일만 이천 개나 된다는 봉우리가 있고 계곡에는 여러 개의 폭포와 연못이 있다. 금강산은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뉘어 있다. 내금강은 계곡미가 뛰어난 만폭동을 비롯하여 백운대, 비로봉, 명경대등이 있는 명승인데 외부 탐방객에게 개방이 안 되어 남한에서 간 우리는 외금강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첫째 날 우리는 아름다운 옥류동 계곡을 끼고 있는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올라 갔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을 내려 다 보며 세월의 흔적이 짙은 다리를 여럿 건넜고 목적지인 구룡폭포까지 갔다가 하산했다. 둘째 날에는 등산로가 매우 가팔라서 거의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는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가야 했다. 등산로의 정점인 천선대에 올라가 내려 다 본 경치, 그리고 마주 보이는 만물상의 기암 괴석은 듣던 대로 과연 장관이었다.

 

금강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을에 금강산에 갔으니 그런 복이 없다. 오색 단풍으로 뒤덮인 산, 푸르디푸른 하늘, 더없이 맑은 공기에 취해 우리는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백두산은 친구들과 중국 여행을 하는 도중에 등반했다. 등반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등반로 대부분을 중국인이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올라갔고 우리는 마지막 100여미터를 걸어서 정상에 도착했다. 백두산의 정상에 있는 천지 (天池)는 화산분출로 인해 형성된 칼데라(caldera)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이다. 16개의 장엄한 봉우리가 천지를 감싸고 있는데 푸른 물이 출렁이는 천지는 보기 드문 비경이다. 금강산 정상에는 안개가 자주 끼어 천지를 보지 못하여 실망한 채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운 좋게도 맑게 개인 날 천지를 볼 수 있었다.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직접 올라가 본 것은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사람들은 왜 등산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유명한 답은 Because its there.이다. 이 말은 에베레스트 산에 왜 올라 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George Leigh Mallory)가 한 대답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나는 산을 정복하려는 도전 정신으로 등산하지 않는다. 속세의 일을 잠시 잊고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산 속에서 걷는 것이 좋아 등산을 하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는 몇 시간의 중노동(?) 끝에 정상에 올라 심호흡을 하며 느끼는 쾌감은 등산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스위스의 융프라우(Jungfrau)와 일본 알프스에도 가 보았고, 캐나다 록키에도 세번 갔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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