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고국 산천에 매료되어 (II)

이성재 2014. 9. 26. 07:29

                                      고국 산천에 매료되어 (II)  

                                                                       

고국에 와서 또다시 친구들과 자동차 여행길에 올랐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순천이다. 한반도 남단 순천까지 당일로 다녀 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침 9시에 분당에서 출발하여 질주에 질주를 거듭한 결과  오후 130분경에 순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은 남도 한정식을 먹기로 하였다.  음식맛이 좋다고 소문난  한정식집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겨우 찾아 냈다.   오래된 허술한 한옥이다.  방에 앉아 한참 기다리자 교자상이 들어오는데 어찌나 반찬이 많든지 대여섯개의 반찬은 겹으로 쌓여 있다.  상다리가 휠 진수성찬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리라.  음식이 명성에 걸맞게 정갈하고 감칠맛이 있다.  

   

점심 식사후 먼저들린 곳이 순천 갈대숲이다.  순천만은 북쪽으로는 5.4 제곱 킬로미터의 빽빽한 갈대숲과 남쪽으로는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진 연안 습지인데, 아름다운 생태경관을 보여 주어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어 있다.   배를 타고 순천만 일대의 습지를 구경할 수 있는데 우리는 시간 여유가 없어 탐방로를 걸으며 갈대숲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다시 차를 몰아 낙안 읍성으로 향했다.  낙안 읍성은 전남 순천시 낙안면 18,000여평의 넓은 평야에 조성된 읍성이다.  이 읍성은 조선 태조6(1397)에 왜구와 싸우기 위해 흙으로 쌓은 토성(土城)이었는데 그 후 인조 4(1626)에 임경업 장군이 낙안 군수로 부임하여 석성(石城)으로 중수하였다고 한다.  성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성내에는 조선 시대의 동헌, 객사, 장터, 초가들이  들어 서 있 다.   성과 마을이 함께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은 용인민속촌 같은  민속마을인데  이 읍성내에는 100여 가구의 주민들이 대를 이어 생활하고 있다.

 

낙안 읍성을 구경하고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친구들이 귀경길에 오르자고 재촉한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한 군데 더 들릴 곳이 있다며 차를 몬다.  조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 선암사는 시간이 없어 못 보더라도 그 절 입구에 있는 승선교는 꼭 봐야 한다는 것이다.  승선교 (보물 제400)는 조선 숙종 24 (1698)에 축조되었는데 아취형 돌다리이다.  승려 호암대사가 백일 기도를 하다가 관세음보살의 환영을 보고 원통전을 지어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들머리에 승선교를 세웠다 한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이토록 아름다운 승선교를 보여 준 친구에게 우리 모두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귀경길에 휴게소에 들려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고 출발지 분당에 돌아 오니 오후 10시경이다.  고국에서 죽마고우들과 어울려 하루를 즐겁게 보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한국일보 (토론토)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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