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야기

한국인의 제1외국어는 콩글리쉬?

이성재 2013. 2. 6. 10:38

한국인의 제1외국어는 콩글리쉬?

 

우리의 일상 언어 생활에 영어가 많이 침투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영어가  대부분의 경우 한국 사람끼리만 통하는 Korean English Konglish이다콩글리쉬의 예를 몇 개 들어 보자.

 

(1) 모든 사람들이 휴대 전화기를 hand phone이라고 한다cellular (또는 cell) phone’이라거나 'mobile phone'이라고 하면 알아 듣는 사람이 많지 않다.

 

(2) 운동기구 treadmill을 모두들 running machine이라고 한다.

 

(3) 술을 한숨에 쭉 들이키라고 권할 때 모두들 one shot이라고 외친다. 굳이 영어로 말하고 싶으면 'bottoms up'이라고 해야 한다. One shot은 술 한잔이라는 뜻이고, 술을 한숨에 마시는 행위는 영어로 'chug-a-lug'이라고 한다.

 

(4) Necking 같은 신체적 접촉 또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우리 나라에서는 skinship이라고 한다. 그러나 skinship이란 영어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데 일본 사람들이 'skin'과 'relationship'을 합성해서 만든 신조어로서 한국에 유입되었다고 한다. 

 

(5) 우리 나라에서는 생맥주(draft beer)hof라고 한다. hof & beer를 판다고 써 붙여 놓은 맥주집을 많이 봤다생맥주와 병맥주를 판다는 뜻이다. 생맥주가 hof로 둔갑한 기막힌(?) 사연은 이렇다. hof는 'court''라는 뜻의 독일어다오래 전에 우리 나라에 생맥주집이 많이 생겼을 때 독일의 맥주집 Hofbrauhaus (영어로 번역하면 court brewery)를 모방하여 상호에 'Hof'를 넣었그래서 생맥주집이 ‘hof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hof가 생맥주가 되었다 한다 (생맥주집=hof, 고로 생맥주=hof).

 

(6) 'well-being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하여 유행하고 있다. well-being을 몸에 좋다는 뜻의 형용사로 사용하면서 아무데나 well-being을 갖다 붙인다그래서 well-being food, well-being coffee, well-being house라고들 한다.

 

(7) 우리 나라 사람들은 condo가 휴양지에 놀러 가서 묵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 북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있는 condo에 살고 있다고 말하면 곧이 듣지 않는다. 개개개인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아파트가 'condominium'인데 줄여서 'condo'라고 한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임대 아파트는 rental apartment라고 한다.  

 

(8) 무슨 일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사람 (예를 들어 야구광, 수집광 등)을 우리 나라에서는 mania라고 한다. mania는 열광하는 상태를 뜻하고 그런 상태의 사람은 maniac인데 이 두 단어를 구별해서 쓰지 못 한다.

 

(9)  2002년 월드컵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을 때 서울 시내의 큰 빌딩 외벽에 'Korea Fighting'이라고 쓴 초대형 현수막을 걸어 놓은 걸 본적이 있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구호였다.  그러나 이 구호는 '한국은 전쟁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어로 한다면 'Go Korea'라고 써야 했다.

 

(10) 우리 나라 사람들은 뒷이야기를 'behind story'라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영어는 ' the story behind the story'이다. 

 

이 외에도 콩글리쉬는 많다부정행위 cheatingcunning이라고, 자동차의 steering wheelhandle이라고, rearview mirrorback mirror라고, window-shoppingeye-shopping이라고, 'comedian'을 'gagman'이라고, 'TV actor/actress'를 'talent'라고  하는 등등 부지기수다.

 

엉터리 영어인 콩글리쉬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콩글리쉬가 진짜 영어인줄 착각하고 엉뚱한 실수를 한다는 사실이다예를 들어 보자.

 

       (1)  모임에서 한 마디 하는 것을 우리 나라에서는 '멘트(ment)라고 한다.  이것 역시 일본에서  comment’를 줄여서 만든 단어인데 한국에 유입되었다고 한다.  나는 어떤 모임에 참석하여 식순이 영어로 적혀있는 안내장을 받아 본적이 있는데 거기에 개회사가 opening ment라고 적혀있고, 폐회사가 closing ment라고 버젓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2) 우리 나라 태권도 선수들이 시범을 보이기 위해 유럽을 순회하는 것을 TV가 방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 중 몇 명이 파리 관광을 하다가 가게에 들려 기념품을 사는 장면이 나왔다.  그들이 기념품을 많이 사고 나서 Can you give us service?라고 묻는데 프랑스인 점원이 알아 들을 리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덤으로 주는 것을 bonus라고 하지 않고 service라고 하니까 그렇게 말 한 것이다).  의사 소통이 안되니까 한 친구가 한 마디 중얼거리는데 그게 걸작이다.  역시 파리에서는 영어가 안 통하네

 

 

 

                한국일보 (토론토)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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